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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꾸준히 일했어요. 그냥 생각없이.”

조회수 65·7분 분량
2024. 4. 15.

청년을 재현하는 목소리 중 하나는 ‘바쁘게 산다’는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갓생’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균질한 ‘바쁨’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질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며 직접 생계를 꾸려야하는 ‘가족돌봄청년’들의 ‘바쁨’과, 보호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의 ‘바쁨’은 ‘일반적인’ 바쁨과는 다르다.


시리즈 <우리가 바쁜 이유>는 바쁨의 유행에서 본의 아니게 비켜서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숨 속에서 드문 드문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청년’이라는 단편적인 이미지로 뭉뚱그려진 탓에 마주칠 일 없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수DIOR



1월의 어느 날, 서울 성수동 DIOR 하우스 앞. 선OO 님은 멋쩍게 그 앞에 서 보았다고 했다. 사진을 찍으려는 것은 아니었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였다.


“DIOR 앞에 있는 도로가에 사람들이 막 서서 사진을 찍는 게 참 황당하더라고요.”


소위 ‘핫한’ 공간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 대다수에게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일테지만, 그에게는 황당스러울 정도로 낯선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선OO 님 인생 첫 여행날이었다.


“그냥 숨통이 트인다고 해야 하나···. 그랬어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하루도 쉴틈 없이 일을 해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냐고 물으면, 그는 늘 ‘그냥’을 섞어 답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포기하고 살았어요, 그냥 일했어요···. 사회에서는 선OO 님을 두고 위탁 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으로 계속 이름을 바꿔갔지만 그는 ‘더 이상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포기하고, 일하며 살았다.


그래도 지금은 다행히 여러 지원을 받아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됐다고 했다. 평범의 둘레 바깥에서 안을 바라만 보다, 평범의 안온을 꿈꾸게 되기까지. 선OO 님을 직접 만나 지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는 선OO 님의 자립을 돕고 있는 경상남도 자립지원 전담기관 강동해 간사도 동석했다.


에디터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선OO 저는 00년생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했고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사람입니다.



에디터 고등학교 졸업한 지 5년이 지났네요. 졸업하고 어떤 시간들을 보냈나요?

선OO 저기 공장 단지가 있는 지역이 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거기 쇠 깎는 공장에서 일했어요. 하루에 8시간 씩 주말까지 다 일했는데 달에 180만 원 정도 들어오더라고요. 이게 맞나 싶어서 몇 개월 하다 그만두고 조선소로 가서 일요일만 딱 쉬고 일하니까 매달 400만 원씩 통장에 꽂혔어요. 사대 보험은 안 들고요. 이렇게 십 개월 더 일하다가 그만두고 군대를 갔죠. 그 이후로도 똑같았어요. 군대 나와서 그냥 꾸준히 일했어요.



에디터 한 달에 400만 원 씩이면 꽤나 큰 돈이네요. 주말도 반납하고 4대 보험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선OO 어릴 때부터 알았거든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이 집안에서는 믿을 게 없다. 그냥 공고 가서 기술 배워서 빨리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근데 자식들이 다 외면했는지 취직하고 나니까 저를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았던 할머니가 다시 연락을 하더라고요. 그 집안에는 제가 하루라도 안 움직이면 당장 저녁에 먹을 밥이 없었어요.



에디터 지금은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돌봄이 필요한 어린 시절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네요. 어린 시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선OO 좀 적나라하게 말해도 되나요? 당한 게 너무 많아서 그냥 화나요. 할아버지는 술 중독에 도박 중독자셨거든요. 도박하고 돈을 다 잃으면 돈 내놓으라며 창문이고 물건이고 다 때려부쉈어요. 온몸에 유리가 박혀서 막 운 적도 있죠. 그때 제 나이가 5살이었어요.


그래도 미운 정이 들었는지 할머니가 우는 소리하고 죽는 소리하면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주게 되더라고요. 내가 돈이 없더라도요. 제가 안 쉬고 안 먹으면서 모아뒀던 천만 원도 군대 갔다오니까 하나도 없었어요. 진짜 힘들게 모았는데. 너무 화가 났지만 그냥 기부했다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냥 다시 일해야겠다 했어요. 막말로 그냥 전 할머니만 버리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할머니만 버리면.


강동해 간사 이 친구가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절대 그렇지 못 해요. 올바른 보호자의 역할을 못 받았음에도 보호자가 돌봄을 받아야 되는 시점이 왔을 때 이걸 다 책임지고 있잖아요. 저희 둘이 얘기할 때 가장 큰 고민거리가 이거였어요. 대학은 국가 장학금 받으면 바로 갈 수 있는데 당장 할머니와 한 달 한 달 벌어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으니까요.

좀 찔리는 게 이 친구를 사례관리 담당자로서 2년 정도 만났는데 매주 만나거나 많은 서비스를 준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스스로 생산직이라도 찾아서 일을 하는 친구니까. 책임감 있게 생계를 꾸려나가니까.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도 사실 많이 있어요.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친구들은 여건만 좋아지면 미래가 좀 더 보일 텐데 시기가 늦어서 좀 아쉽죠.



에디터 미래가 보인다. 이 말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선OO 2교대 공장에서 일한 적 있는데 거기서 20~30년 일하신 분들이랑 월급이 얼마 차이가 안 났어요. 내 미래가 딱 그려졌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키는 것만 하다 보면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그냥 계속 일했어요. 돈만 벌면 된다는 마인드로.



에디터 지금도 예전처럼 공장에서 쉼없이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선OO 지금은 쉬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 간사 님이 소개해 줘서 삼성에서 2개월짜리 교육을 들었거든요. 삼성희망디딤돌이라고 기술 가르쳐주는 교육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무너졌어요.


고아라고 불리는 친구들도 같이 있었는데 걔네들은 시설에서 나올 때 평균적으로 삼사천씩은 들고 나오더라고요. 걔네들이 100% 지원받는다고 치면 저는 20% 정도밖에 지원을 못 받았어요. 나보다 분명 더 힘들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만 이렇게 됐었구나. 난 내가 불쌍한 친구들 중에 평균인 줄 알았는데 그 평균이 아니었던 거예요. 멘탈이 아예 박살이 나서 나 이때까지 뭐 하고 살았지 이러면서.


강동해 간사 이 친구처럼 원가정이 아닌 친인척이나 다른 가정에서 양육하는 걸 ‘가정 위탁’이라고 합니다. 위탁 가정 친구들과 흔히 고아원이라 불리는 시설에서 자란 친구들이 받을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의 총량은 같아요. 문제는 시설에서는 선생님들이 이 지원금을 절대 안 놓치지만, 위탁 가정에서는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친구는 2년 전에 저와 만나면서 매달 50만 원 씩 받는 자립수당을 신청한 게 전부예요. 그것마저 이번 달에 끝나지만요. 더 큰 문제는 이 지원금을 위탁 가정의 보호자와 나눠써야 해서 오롯이 자립을 위해 못 쓰는 경우가 많죠.


위탁 가정 아동,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이 무 자르듯 툭툭 잘린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얽혀있어요. 위탁 가정에서 보호자의 돌봄을 받지 못했는데 커서는 가족을 돌봐야 해서 자립도 여의치 않은 사례를 많이 봅니다. 한 가족돌봄청년은 ‘이럴 거면 차라리 보호자가 없는 것이 나았을 텐데요’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모든 위탁 가정 친구들이라고 다 어려운 상황인 건 아니에요. 친자식처럼 보호받고 자라는 친구들도 있는데 편차가 너무 크죠.



에디터 자립수당은 총 5년 간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2년밖에 못 받았다면 절반도 못 받으신 건데···. 지원금을 스스로 신청할 수는 없었나요.

선OO 저는 그냥 살짝 가난한 저소득층에 산다고 생각했지 ‘자립준비청년’이나 ‘가족돌봄청년’ 같은 말로 불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저는 제가 누군지를 몰랐어요.

그래도 전 운이 좋아서 몇 개월 치는 받았잖아요. 최근에 보면 저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 사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복지에 관한) 정보를 모르고 대상자인 걸 모르니까 지원하는 생각을 자체를 못하고 그냥 어쩔 수 없지 이러고 그냥 포기하고 사는 거예요. 자기가 지금 어떤 사람인지 알면 PC방에 가서라도 찾아봤을 텐데. 애초에 저같은 애들한테 인식을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그래도 뒤늦게라도 간사 님을 만나서 자립수당도 받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다행이네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해요.

강동해 간사 저희 기관에서는 경남지역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유선 및 무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합니다. 위험도가 높거나 자립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발굴해 저 같은 사례관리사들이 직접 대면 상담을 진행하죠. 이 과정에서 이 친구를 알게 됐습니다.


이번에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연락이 왔을 때 IT 쪽으로 관심 있는 친구를 추천받고 싶어 하신다고 하셔서 이 친구 생각이 딱 났어요. 이번에 삼성 희망디딤돌 교육받으면서 IT 취업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아나가야 될지 모르더라고요. 저는 사회복지사라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추천해주기도 어렵고요.



에디터 콕 집어 IT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선OO 미래가 보이는 분야 같았어요.



에디터 이번에 받은 맥북과 스파르타코딩클럽 수강권으로 IT 분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실 텐데요. 공부할 분야도 정해뒀나요.

선OO 정보 보안이나 앱 개발쪽이요. 삼성에서 교육들을 때 강사님이 항상 무조건 보안은 중요하다고 했고 주변에 물어보니까 앱 개발은 뭘 하든 기본이 된다고 해서요.



에디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두렵진 않으신가요.

선OO 삼성에서 교육받을 때 눈을 한 번 깜빡하니까 그냥 모르는 데로 가버리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어려웠어요. 그래도 조금 배움이 빨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조금 그랬어요. 캐드할 때도 뭔가 하다 보면 처음엔 어려웠는데 이렇게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해지고 이러더라고요. 육체적으로 하는 것들도 처음에는 똑같이 시작해도 쌓이고 쌓이니까 제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요.

강동해 간사 공부머리도 있는 것 같아요. 엄청 똑똑해요. 얘기 나누다 보면 제가 놓치는 것도 먼저 찾아서 신청하기도 하고 안내 문자 같은 것들이 가도 꼼꼼하게 본인이 스스로 다 챙겨서 잘 확인하고.



에디터 혹시 목표로 삼은 취업 기간도 있나요?

선OO 올해요. 무조건 어떻게서든 올해는 취업해야 해요.



에디터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무조건. 그럼 원하던 IT 분야 취업에 성공한 이후, 어떤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나요.

선OO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에디터 평범한 게 뭘까요.

선OO 적당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주말에 가끔씩 친구들 만나가지고 술 한 잔 하면서 그런 게 평범한 게 아닐까요? 가끔씩 밥 한 번 사줄 수 있을 정도로요.


CREDIT

글 | 박영경, 이상우 팀스파르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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