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웹 개발자가 말하는 AI 역량이 필요한 이유

Q. 개발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원래 물류회사에서 해외 영업 업무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개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직종이었죠. 그러다 IT 인력이 전무한 해외 지사로 파견을 갔는데 창고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업무를 직접 하게 됐어요. 파견나간 직원들끼리 스터디를 하면서 어렵게 시스템을 만들었죠. 이때 개발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 다음 회사에서는 개발자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일을 하면서 개발자에 준하는 업무를 계속 했어요. 개발 실력을 어느 정도 쌓다보니, 자연스레 개발자로 이직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고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죠.

Q.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어떤 업무들을 해오셨나요?

개발자로 처음 들어간 직장은 반려동물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었어요. 기기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나 행동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반려동물의 상태를 판단하는 모델을 만들면 저는 그것을 갖고와 스마트폰이나 웹에 전송하는 역할을 했어요.

이건 기본적인 업무였고, 제가 파이썬 웹 개발자였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상호 교류하며 크롤링이나 데이터 수집, 전처리, AI 모델 수정 및 업데이트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이렇게 주도적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IT 중견 기업으로 이직했고, 지금은 좋은 동료들과 함께 외주 개발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파이썬이다.

Q. 파이썬을 주요 언어로 사용하신다고 들었어요. 파이썬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제일 처음 접한 언어는 C와 자바였는데 당시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없어서 어려웠어요. 다른 언어들을 알아보다가 파이썬이 진입 장벽이 낮고 생산성이 높다기에 선택했죠.

실제로 현업에서 일하다 보니 언어의 생산성이 주는 이점은 굉장히 커요.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프로덕트를 최대한 빨리 내놓고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자에게도, 회사에게도 파이썬은 정말 유용하죠.

데이터 분석 및 AI와 웹 개발 둘다 걸쳐있는 언어라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개발자들을 결국 분야를 점점 확장시켜나가야 하거든요. 파이썬을 배우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웹 개발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죠.

Q.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웹 개발자는 전혀 다른 분야 아닌가요?

맞아요. 두 직무는 회사 내에서 다른 직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파이썬 웹 개발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크게 데이터 분석, AI 모델을 개발하는 업무와 데이터를 분류하고 처리하는 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요. 웹 개발자로 경력을 쌓다보면 파이썬 언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때문에 후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좀 더 유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웹 개발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이 필요하고,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만들어내는 데이터 분석 결과, AI 모델들을 ‘도구’에 비유한다면, 이 도구를 어떻게 휘두를지는 웹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결정돼요. 데이터 분석이나 AI에 대한 이해가 있는 웹 개발자는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이 도구를 어딘가에 연동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죠.

Q. 웹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웹 개발자가 프레임워크를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이에요. 여기까지는 실력이 다 비슷하죠. 한 분야에라도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길렀느냐가 경쟁력을 만듭니다. 자신만의 분야를 깊게 파본 경험이 개발자 취업 시장에서 돋보이는 것 같아요.

Q. AI에 대한 관심도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웹 개발자 채용 공고에 우대사항으로 ‘머신러닝, 딥러닝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이라고 적어 놓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런 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꽤 큽니다. AI 모델을 활용할 정도로 대량의 데이터가 쌓였다는 것은 오랫동안 서비스를 운영했거나 고객이 많은 기업이기 때문이죠. AI에 대한 관심, 경험이 있는 웹 개발자와 그렇지 못한 웹 개발자는 이런 회사에서 소통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Q. 마지막으로, 개발자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개발자 업계에서는 ‘미들급 개발자가 거의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어요. 개발자 지망생이 늘어나고 부트캠프도 그만큼 많아지면서 신입 개발자는 늘었는데, 이분들이 커리어를 제대로 쌓지 못하는 거예요. 취업 문턱을 넘었다고 성장을 멈춰선 안 되거든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꾸준히 쌓아나가야 하죠.

그런데 사실 취업하고, 일하면서 관심있는 분야를 새로 찾기란 쉽지 않아요. 오히려 개발자에 입문할 때,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튜터로 있는 내일배움캠프 AI 웹 개발 트랙도 웹 개발과 AI 둘다 잘하는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것이 아니거든요. 웹 개발자가 AI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거예요. 전 이 경험이 개발자로 오래 일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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