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 Fast, Learn Faster’는 실패를 빨리할수록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SpaceX의 철학으로도 알려져 있다. 애자일한 스타트업씬에서 회자되는 흔한 문구 중 하나라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전송연 님은 이 문구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영업사원으로 예측가능한 삶을 살고 있을 때였다.
“일하고 있는 모든 순간에 ‘Fail Fast Learn Faster’라는 문구가 눈에 밟혔다. 일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
그는 끝내 이 문구를 알고 난 후 완전히 다른 삶을 꾸려나갔다. 퇴사를 2번이나 했다. 2번 모두 결심하자마자 바로.
개발자에 관심이 생겨 무료 강의부터 들었다. ··· 너무 재밌어서 강의를 다 듣자마자 바로 퇴사를 결심했다.
개발자로 취업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개발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는 체험형 인턴에 합격하고 3일 만에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는 회사를 관뒀다. 금요일 퇴사, 월요일 출근이었다.
개발자에 도전하기 위해 포기한 첫 커리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결정한 퇴사. 누군가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빨리 목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잃고 얻음의 반복 끝에 행복을 거머쥔 송연 님의 삶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 보자.
첫 커리어로 영업 직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영어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영어를 사용하면서 해외도 돌아다닐 수 있는 무역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무역 수업에서 말하길, 무역업을 하면 모든 제품을 다 팔 수 있어야 한다더라. 자연스레 뭐든지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20대의 절반을 보냈다.
영업 직무는 어땠나?
말 그대로 ‘뭐든지 파는 사람’이 되었다. 여성 청결제를 비롯해서 별 걸 다 팔아봤다. 제품을 팔아보니 영업보다 중요한 건 제품 그 자체의 매력이더라. 배움을 떠나서 내 커리어가 성장하려면 매력적인 제품을 팔아야겠다 싶어서 자사 제품이 있는 제조업의 영업사원으로 이직했다.
제조업 영업사원이 된 후에는 매력적인 제품을 만났나.
회사에서 직접 관여하는 제품이다 보니, 확실히 제품의 정체성을 이해하며 팔 수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벽에 봉착했다. 영업 사원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더라. 문제가 눈에 훤히 보여도 개발팀, 생산팀 등 유관 부서에 가서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내 담당이었던 나이키의 사장이 바뀌었고, 사장은 모든 이메일에 ‘fail fast learn faster’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 문구가 일하는 동안 계속 눈에 밟히더라.
그 문구가 왜 계속 눈에 밟혔는지 궁금하다.
그 당시에는 맡은 업무는 ‘fail fast, learn faster’를 충족하지 못했다. 제조업 분야에는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 특히 의류는 트렌드가 잠깐 바뀔 뿐이지 소비는 꾸준히 하는 분야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누군가는 ‘돈 따박따박 받는 안정적인 삶’을 부러워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반복적인 일에 지루함을 느꼈다. 눈에 밟혔던 문구처럼,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송연 님이 선택한 ‘열정적인 일’은 무엇인가
코딩이었다. 개발자는 무언가를 계속 배워야 하는 직업이라고 하더라.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연봉이든 실력이든 열심히 하는 만큼 오른다고 말해줬다.
개발자가 되기로 다짐하고 파이썬이랑 루비 무료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다 들을 수 있으면 개발자 준비를 더 해보고, 못 하면 포기하려 했다. 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게 되어서 강의를 다 듣고 바로 퇴사했다.
퇴사 후에 어떻게 개발자를 준비했나.
내일배움캠프 1기로 들어갔다. 클라우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그것이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수료 후 두 달 만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준비한 지 반년 만에 꿈을 이룬 셈이다
반년이라는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되돌아보면, 이력서 첨삭을 받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싶다. 어떻게 하면 나라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일주일에 이력서를 10개씩 쓰곤 했다. 총 60개 정도 넣어서 서류 통과 3곳, 최종 합격은 1곳 했다. 그곳에서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인생에서 두 번째 직업, 개발자로의 첫 시작은 어땠나.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지만, 바로 실무에 뛰어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느꼈다.
회사에서는 서비스의 시작부터 함께 개발했다. 10~20년 차 경력자분들의 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신입이 참고할 만한 코드가 아예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1인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1에서 10을 만들 때보다 0에서 1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려운 것 같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을 것 같은데.
방황하던 시기에 내일배움캠프 수료생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데브캠프 2기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다. 운 좋게도 내 도메인과 일치하는 동영상 분야의 개발이었다. 잡아야 하는 기회라고 확신했다.
합격하고 3일 만에 퇴사했다. 금요일 퇴사, 월요일 데브캠프 출근이었다.
*데브캠프: 팀스파르타 부트캠프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외주 경험
퇴사 후 바로 데브캠프에 합류한 셈인데. 쉬고 싶진 않았나.
오히려 알맞은 타이밍에 합류할 수 있게 되어서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죽을 듯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했다.
데브캠프도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했을 텐데, 회사의 업무와 다른 점이 있었나.
개발 경험이 부족한데도 엄청난 자유가 주어진다. 회사에서는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신뢰 자산을 얻어야 기회가 주어지는데 반해, 데브캠프에서는 시작부터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 내일배움캠프부터 회사, 틈틈이 했던 공부에서 쌓아온 기술을 활용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막바지에는 잠도 못 자면서 계속해서 개발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데브캠프 하면서 개발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금 개발에 재미를 갖게 된 시간이었다.
백엔드 개발자였는데, 데브캠프에서 프론트엔드도 다룰 줄 알게 되었다고.
미래를 생각하면 풀스택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프론트엔드 쪽에서 병목이 생겼었다. 나는 백엔드 밖에 모르니까 프론트엔드 쪽 개발은 아예 손도 못 대겠더라. 그에 비해 데브캠프를 관리하는 멘토님은 풀스택이셔서 개발 전반에 도움을 주셨다. 멘토님을 보면서 나중에 관리직으로 간다거나 창업을 하게 되었을 때 전체 흐름을 알려면 프론트엔드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데브캠프가 끝난 후 또다시 시작된 취업 준비는 어땠나.
데브캠프를 총괄하는 시니어 개발자님이 말투부터 면접 전략까지 일대일로 코칭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이력서를 10개를 내면 2곳에서 연락이 왔다. 결과적으로 데브캠프가 끝난 후 한 달 만에 취업했다.
경제 혹한기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에 취업했다고.
새벽 배송을 필두로 한 *콜드체인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2022년에 1,600억 원가량의 시리즈D 유치를 받았다.
그로서리 마켓에서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목표다. 음식 납품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 프랜차이즈 식당 등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물류 플랫폼 부서에서 트럭 기사님들이 배송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콜드체인: 식품의 신선한 유통을 위해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
지금까지 경험했던 회사와 사뭇 다를 것 같다.
조직 분위기가 좋아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 주니어가 많다 보니 주도적으로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이 주어진다. 다들 비슷한 연차라 고민도 나누면서 재밌게 일하고 있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난 후 야근하러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고.
아직 5개월 차라 배울 게 많다. 일을 하는데 개발 지식도 필요하지만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공부하며 일하는 중이라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야근이라 생각 안 하고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
힘들 때도 많지만 묵묵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내가 이뤄낸 것들이 쌓여있다. 예전에는 못했는데 이제는 알게 되는 것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 그런 뿌듯함 때문에 개발을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송연 님이 생각하는 큰일은 무엇인가.
오늘의 작은 일이다. 오늘의 작은 일이 쌓여야 큰일이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시니어 개발자가 만들어 둔 화려한 코드를 건드리려니 겁이 났었다. 하지만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코드에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공부를 했다. 사람들이 헛공부라고 말해도 그냥 묵묵히 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중이다.
List<작은일> 큰일= new ArrayList<>();
while (목표수행){
if (작은일.isCompLete()) {
큰일.add(작은일);
}
}
}
CREDIT | 김진원 팀스파르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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