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인데도 내가 떠돌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성적맞춰 간 대학에 도무지 적응이 안 될 때, 고군분투 끝에 취업은 했는데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을 때 등등.
이다영 님이 회상한 과거 속의 자신도 그랬다. 부모님의 권유로 간호대에 갔지만 적응하기가 어려웠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간호조무사를 택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내내 알바를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당신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한 광고. 이 당신이 나인 것만 같아 덜컥 신청한 내일배움캠프를 끝내고 이다영 님은 떠돌이의 삶을 청산했다. 그녀는 “조금의 용기를 냈더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라”고 회상했다.
부적응으로 점철됐던 한 챕터를 닫고, 이제 막 개발자라는 새로운 챕터를 연 이다영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동안 다영 님은 어떤 삶을 살아왔나.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녔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 간호대를 갔지만 자퇴를 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간호조무사로 일을 시작했지만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알바, 다시 일하다가, 다시 또 그만두고 알바, 이런 삶을 반복했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래서 늘 불안한 삶이었다.
불안했던 시절, 어떤 꿈을 꿨나.
‘나의 일’. 내가 못 한 만큼, 딱 그만큼만 스트레스받고 잘 한 만큼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열심히하기만 하면, 죽어라 노력만 하면 해결되는 일 속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다영 님은 그런 일을 찾았나.
그렇다. 동생이 개발자인데 제가 관심을 보이니 ‘간호조무사보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인데 누나는 절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더라. 무슨 스트레스가 그리 심하냐고 물으니 개발자는 매일 오류를 마주하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동생의 날카로운 말 속에 개발자는 내가 곧 문제고, 내가 곧 해결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꿈꾸던 일이었다.
그럼 바로 코딩에 입문했나.
시작은 바로 했다. 방통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지만 한 달만에 관뒀다. 주입식 교육에 교재에는 오타도 많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 자바를 배우는 국비지원 강의도 들었지만, 정말 어렵더라.
다시 알바를 전전하던 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코딩을 포기하진 않았나 보다.
거의 포기한 상태로 꽤나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알바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현실이 늘 드리우고 있었다.
그즈음 스파르타코딩클럽의 광고가 많이 보였는데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누구나 큰일낼 수 있다’, ‘당신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광고처럼 안 느껴지고, 나도 이번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말에 혹해 덜컥 용기를 냈다.
조금 용기를 내니까 세상이 달리 보이더라.
세상이 어떻게 달리 보이던가.
처음 들었던 스파르타코딩클럽의 강의는 ‘개발자 취업 준비의 모든 것’이었다. 개발자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강의였다. 신기하게도 이 강의를 다 듣고 나니 사회에 정말 내 자리가 있을 것만 같더라. 다시 한 번 코딩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일배움캠프에 합류한 건가.
그렇다. 개발자를 하려면 부트캠프를 들어야 하니까. 다른 부트캠프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방통대에서 교수님 강의도 듣고, 자바 국비강의도 들어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 어떤 강의보다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들었던 ‘개발자 취업 준비의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일배움캠프를 해야겠다는 결정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웹 개발 Node.js 트랙은 어떤 계기로 선택했나.
원래는 Spring 트랙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이미 정원이 차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동생인 개발자에게 물어봤다. “스프링을 하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는 게 맞을까?” 이번에도 단호하게 말하더라. “스프링이냐, 노드냐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개발자가 되면 되는 거야.”
그 말에 고민 없이 노드 트랙을 선택했다.
방통대, 자바 국비과정 모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내일배움캠프는 어땠나.
동생이 항상 하는 말이 ‘구구단을 코드로 짤 수 있으면 개발자 시작해도 된다’는 거였다. 몇 년 동안 이걸 못 해냈다. 그런데 내일배움캠프에 들어와 처음으로 성공을 했다. 누가 도와준 것도 아니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단지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코드와 씨름을 했냐 안했냐의 차이였다.
갑자기 내 안에서 ‘몰입’이라는 스위치가 켜진 거다.
무엇이 몰입 스위치를 ON하게 했는지 궁금하다.
환경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꼭 캠을 켜놔야 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도 꼼꼼하게 설계돼 있다. 그중에 ‘TIL 물주기*’라는 것이 있는데 트랙 내에서 1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다른 수강생이 열심히 해서 잠깐 2등이라도 되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당시의 난 정말 절박했다. 학창 시절엔 주변에서 아무리 하라고 해도 안하는 학생이었다. 아마 그땐 캠을 켜든 말든, 물주기를 하든 말든 상관 안 했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까 그때 열심히 한 친구들은 의사든 뭐든, 무언가가 되어 있더라. 한 번 실패했는데 여기서 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TIL 물주기 : 그날의 배운 것을 기록하는 TIL(Today I Learned)을 꾸준하게 작성하도록 식물에 매일 물준다는 컨셉으로 운영하는 내일배움캠프의 관리 시스템.
그래도 4개월 여 동안 늘 몰입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차마 딴 짓은 못하겠더라. 대신 내일배움캠프 선배들의 후기를 봤다. 특히 같은 Node.js 트랙이었던 이보형 선배의 후기를 한 줄 한 줄 정독했다. 나처럼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람도 7개 기업이나 합격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고 다시 집중했다.
캠프 내에서 리더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캠프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나?
미니 프로젝트를 망친 다음 날.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기본적인 데이터 처리 기능인 CRUD*를 구현해야 했는데, 딱 D(Delete)만 구현을 못했었다. 다른 조는 했는데 우리 조만 못하니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 그 다음날 혼자 집요하게 해서 결국 구현을 해냈다. 프로젝트는 이미 다 끝나서 아무런 쓸모는 없었지만, 당시 내 인생 최대의 난제였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지금 보면 너무나 쉬운 문제지만 애초에 난이도는 상관없었다. 그 문제를 풀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나. 스스로가 자랑스럽더라.
*CRUD :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루는 네 가지 방법인 Create(생성), Read(읽기), Update(갱신), Delete(삭제)를 묶어서 일컫는 약어.
수료 직후 한 달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과정을 말씀해 달라.
이력서를 처음엔 100개, 그 다음엔 200개, 이렇게 넣다보니 최종적으로 350개를 넣었다. 처음엔 거의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면접보자, 우리 회사로 와라, 면접 발표 언제까지 할 거니 기다려라, 이런 연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갑자기 긍정적인 연락이 쏟아졌나.
이력서를 디벨롭한 덕분이었다. 내일배움캠프에서 받은 이력서 코칭에서 신입은 수치화할 만한 자료가 없으니 프로젝트의 아키텍처나 그림 같은 것을 대신 넣어보라고 해주셨다. 이대로 디벨롭하니 정말로 회사에서 내 이력서에 흥미를 가지더라. 한 회사에서는 ‘지금까지 본 이력서 중에 가장 훌륭한 이력서’라고 말씀해주셨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경력자를 제치고 최종 합격을 했다.
인터뷰 초반에 Spring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정원이 모두 차서 Node.js에 합류했다고 말씀하셨는데. Node.js 개발자가 된 지금,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나.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자바를 배우고 있는데, 스프링(자바 기반의 프레임워크)을 선택했다면 러닝 커브가 높아 중간에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포기하면 말짱 도루묵이고 그럼 개발자는 못하는 거니까.
게다가 스프링 쪽은 취업 시장에 전공자도 많고, 그래서 기준도 높더라. 저같은 비전공자, 고졸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Node.js는 훨씬 기회가 많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취업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개발자 생활은 어떤가.
만족스럽다. 이 직업은 단순하니까. 오류가 뜨고, 그걸 해결하기만 하면 된다. 해결해내면 내가 성장할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인정받는다. 문제도 ‘나’에게 있고, 해결책도 ‘나’에게 있는 나만 잘하면 되는 정직한 직업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스파르타코딩클럽의 슬로건은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다. 다영 님에게 ‘큰일’은 무엇인가.
노력.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괴롭더라. 원하는 것을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얼마든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
이건 조금 다른 ‘큰일’이지만 내겐 오늘이 ‘큰일낸’ 날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인터뷰를 보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렇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 않나. 내일배움캠프 생활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 이런 말 해야지’라고 혼자 상상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let 큰일 = setInterval(노력,3600000)
CREDIT | 박영경 팀스파르타 에디터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
스파르타코딩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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