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이자 PM을 맡고있는 박수빈이다.
대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이자 커뮤니티 빌더를 맡고 있는 이대호다.
이름이 재미있다. 계단뿌셔클럽은 어떤 단체인가?
대호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계단정복지도’라는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계단정복지도에는 건물의 계단,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에 이동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수빈 대호 님과는 타다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VCNC에서 동료로 만났다. 가끔 같이 밥도 먹었는데, 내가 휠체어를 타다보니 식당 정보를 찾는 게 너무 불편했다. 못찾는 정보가 거의 없는 세상에서 내가 그곳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찾는데 이렇게나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게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나는 PM이다. 문제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결할지 본능적으로 고민하게 되더라.
정보 부족이 문제라는 것인가?
수빈 그렇다. 사실 계단 2-3칸 정도는 직원분들이 도와주시면 갈 수 있다. 그런데 정보 자체가 없으니 실제로는 갈 수 있는 곳도 갈 수 없는 곳이 되더라.
이동 약자들을 위한 문제를 ‘하드웨어를 바꿔야 해(=계단을 부숴야 해)’라는 해결책으로 풀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일이 되고 자꾸 뒤로 미뤄지는 것 같았다. 계단 정보만 있어도 문제를 훨씬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호 님은 어떻게 공동 대표가 되었나.
대호 본인이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휠체어 사용자와 함께 다니면 이동약자가 된다. 계단이 많아서 휠체어가 못 들어가는데 자기 혼자 갈 순 없는 노릇이다. 불가피하게 문제를 같이 감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감이 되었고, 나 이외에도 프로젝트에 함께한다는 회사 동료들이 생겼다. 그때가 2021년 4월이었다.
둘이서만 계단 정보를 모을 수는 없었을 것 같은데.
수빈 당연히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정보를 등록하진 않는다. 서비스를 시작하는 극초기 단계이다 보니 큰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보를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커뮤니티 활동을 떠올렸다. 주말에 두 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계단정복지도에 계단 정보를 등록하는 활동이다.
대호 처음에는 성남지부 한 곳에서 시작했다. 그때는 엄청나게 ‘스파르타식’으로 계단 정보를 모았다. 한겨울에도 계단 정보를 50개씩이나 등록하게 했다. 지금 생각해도 열정이 앞섰다.(웃음) 여러 시즌을 거쳐 최근에 12개 지부에서 동시 진행한 여섯 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총 1,019명이 약 1만 개의 계단 정보를 모았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참여하나.
대호 절반은 이동권 문제의 취지에 동의해서 오고, 절반은 각자의 이유로 온다. 색다른 데이트 코스가 필요해서, 걷기 운동을 위해, 부담없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초반에는 2030분들이 가볍게 동네친구를 사귀기 위해 오기도 하셨다. 봉사의 개념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되었으면 했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요즘은 여러 단체와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같은 *SCC로서 콜라보레이션하는 거 어떤가.
*SpartaCodingClub(스파르타코딩클럽)과 StairCrusherClub(계단뿌셔클럽)은 같은 약자를 사용한다.
SCC의 콜라보레이션이라. 좋은 생각이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참가자는 누구였나.
대호 23년 가을 시즌에 83세 할아버지가 오셨다. 한 단톡방에서 공유된 링크를 통해 타입폼으로 신청까지 하셨다. 현장에서도 차근차근 알려드리니 정보 등록도 잘 하시더라. 노인들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성했다. 우리는 차별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팀이니까 역량이 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장의 증거 같았다.
이렇게 수많은 참가자들과 만든 ‘계단정복지도’가 궁금하다.
수빈 계단정복지도에서는 장소의 사진, 출입구 계단 수, 경사로 유무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조회할 수 있다. 앱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첫 커뮤니티 활동 때는 종이 지도를 보면서 수기로 정보를 모으고 사람이 엑셀에 입력했다. 우스갯소리로 이때의 우리를 인공지능보다 대단한 ‘인간지능’이라고 한다.
그리고 웹 서비스로 한 단계 발전했다. 지금의 앱을 만들게 된 이유는 사진 때문이었다. 세상의 계단은 모두 다른 모양이기 때문에 ‘한 칸’의 의미도 전부 다르다. 이 의미를 일일이 적기보다는 사진으로 대신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앱을 만들면서 정보를 입력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현재의 서비스로 만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수빈 데이터 유실 사고로 사진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날아간 적도 있었다. ‘인간지능’을 다시 동원해 사진을 하나씩 보면서 계단 정보를 복원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속상했던 순간이다. 지금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보가 유실되지 않도록 대처해 두었다.
대호 둘 다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사이드 프로젝트로 함께하고 계신 개발자분들께 의존해야 할 때가 많다. 우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개발을 배워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
계단뿌셔클럽과 비슷한 서비스는 없나.
대호 과거에 여러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여러 개 있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아직 문제를 해결한 수준까지 도달한 서비스는 없었다. 우리에게 ‘문제 해결’은 곧 거의 모든 상점의 계단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에게 쓸만한 정보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서비스들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정보를 너무 자세하게 수집하려고 했더라. 계단이 몇 cm인지, 각도는 어떤지까지 수집한 곳도 있었다. 물론 정보는 자세할 수록 좋다. 하지만 계단 하나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면 조사 계단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 계단뿌셔클럽은 ‘확장성이 있으면서도 쓸만한 정보의 규격’을 많이 고민했고 빠르면 5년, 길게는 10년 안에 이 문제를 풀고 싶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
오프라인 세상의 문제를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다.
대호 맞다. 0과 1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네이버 지도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이미 많은 것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지도가 없었다면 일단 다음주 있을 지방 출장부터 암담했을 것이다. 로드맵 같은 기능으로 이동약자의 이동도 일부 개선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를 푸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앱을 발전시킬 예정인가.
수빈 지금은 계단, 엘리베이터 등 입구 위주의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실제로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이나 문의 종류 등 필요한 정보가 더 있다. 아직 그런 정보까지는 담고 있지 않아서, 정보의 종류를 넓히는 것도 고민 중에 있다.
더불어 커뮤니티 역할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네이버에 장소 리뷰를 남겨도 다시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지 않는가. 궁금한 걸 물어보고 그걸 해결해 주는게 커뮤니티의 역할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에서도 탐내는 우리만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를 가득 담아보고 싶다.
계단뿌셔클럽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대호 주변에서 이동 약자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중 이동 약자 비율이 30%다. 그런데 밖에서는 그만큼의 사람들을 볼 수 없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이동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모두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30%가 가시화 되게끔 하는게 우리가 이뤄내야 할 소셜임팩트라고 생각한다.
이미 큰일을 이뤘지만, 더 많은 일이 남아있는 것 같다. 두 사람에게 큰일은 무엇인가.
대호 수요자 지형을 바꾸는 게 큰일인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이동약자에 관심을 갖고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면 계단뿌셔클럽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즉 수요자 지형이 바뀌었을 때 정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그런 큰일을 한 번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큰일을 위한 첫걸음은 계단 정보를 더 재밌게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이미피케이션같은 기능을 고민 중이다.
수빈 막힘 없는 이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 큰일이다. 약속을 했을 때, 머릿속에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가지?” 등의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리스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의 큰일이다.
CREDIT | 김진원 팀스파르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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