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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라이브러리

국악의 틀 밖에서 국악을 지키다

조회수 38·5분 분량
2024. 8. 26.
🤖 시리즈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는 지난 6월 무박 2일로 진행된 AI 해커톤 ‘AI와 100인의 용사들’의 참가자 중 10명을 인터뷰해 꾸렸습니다.


해금 병창, 공연 콘텐츠 기획자, 국악 재즈 연구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 김민아 님은 다섯 손가락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직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를 모두 지우기엔 한참 부족하다.


“솔직히 국악은 인지도가 부족하잖아요. 많은 이들에게 가닿으려면 전략도 전략이지만 물리적으로 더 많은 활동이 필요하죠. 표준화, 디지털화···, 할 게 정말 많아요.“


수많은 일을 하려면 응당 일의 가짓수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민아 님은 AI가 이 불변의 법칙을 완전히 뒤바꿔줬다고 했다.

“AI가 없었다면 지금 하는 일의 절반도 못했을 거예요. 국악 분야는 워낙 보수적이라 AI 활용을 반대하는 분도 많지만, 적어도 제게는 AI가 국악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국악을 지키기 위해 국악의 틀을 벗어나 수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민아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악인김민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해금으로 국악에 입문했어요. 해금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는 ‘해금 병창’으로 활동하고 있죠. 해금 병창을 하는 사람은 국내에 몇 명 안 된답니다. 순수 국악뿐만 아니라 국악 재즈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연주와 작곡, 공연 콘텐츠 기획,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요.



굉장히 많은 직업을 갖고 계시네요.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사람들에게 국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요. 국악 재즈도 그래서 시작했죠. 월드 뮤직 장르로 입지를 넓히고 도약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악은 전통 음악이지만 체계화가 잘 되어 있고 역사성도 뛰어나요. 하지만 재즈와 같은 음악 장르처럼 코드화가 되어 있지 않아, 외국 음악가들이 국악을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20명 정도의 음악인과 국악 재즈협회를 만들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직업에 집중하는 것도 힘든데, 여러 직업을 병행하면 정말 정신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AI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자료가 방대해서 다 볼 수 없을 때 챗GPT에게 영감을 줄 만한 자료를 골라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공연 아트웍이나 동화책같은 이미지 작업 때는 AI로 그림체를 만들고, 씨드 이미지를 변주해서 사용하기도 해요. 제가 만든 동화책에 AI로 코드와 가사를 써서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중적인 스타일의 음악이라면 AI 서비스에 믹싱 마스터링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활용성이 좋더라고요. 물론 AI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만들면 예술성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예술적인 작업을 할 땐 AI를 가이드라인 정도로 사용합니다.



국악과 AI의 만남 새롭네요. 평소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잘 받아들이시는 편인가봐요.

어려서부터 기계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지금도 음악 관련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관련 툴은 거의 다룰 줄 알고, VFX 같은 합성 툴이나 유니티, 3D 엔진도 쓸 줄 알아요. 프로그래밍 언어도 배웠는데 특히 파이썬이 가장 친근해요. 음향이나 영상, 이미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언어가 대부분 파이썬이거든요.



그래도 국악은 굉장히 보수적인 분야잖아요. AI를 활용한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반대하는 분들이 많죠. 국악 쪽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아 다른 분야보다 반대가 더 큰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기술의 접목이 국악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을 적용해 국악을 다른 음악처럼 표준화하고, 자연어 처리로 디지털화하면 국악 시장을 보다 넓힐 수 있으니까요. 두려워하고 움츠러들면 시대에 뒤쳐질 뿐이에요.



이미 기술들을 잘 활용하고 계시는데 ‘AI와 100인의 용사들’에 참가한 이유가 궁금해요.

그동안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들을 연결해서 신호를 주고받게 하는 정도는 해봤지만 전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해커톤은 A부터 Z까지를 단시간에 경험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신청하게 됐죠.



‘AI와 100인의 용사들’에서 숏츠 제작 AI인 ‘퀵숏AI’를 제작하셨습니다. 아이데이션 과정부터 개발을 완성하기까지의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의사, 약사, 수의사 같은 전문직 분들이 자기 지식을 쉽게 나눌 수 있는 AI 서비스예요. 스크립트만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키워드 잡고, 그에 맞는 영상, 음악, 사진을 붙여 쇼츠 영상을 만들어줍니다.


아이디어는 아버지에게서 떠올렸어요. 아버지가 약사셨는데, 은퇴하고 나서 건강 관련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셨거든요. 영상을 만들 줄 아는 재주가 없어 포기하셨죠. 나이에 상관 없이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과연 될까, 싶었는데 정말 되더라고요. 스크립트에서 키워드 뽑고 영상이랑 음성 입히고, 자막까지 달아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개발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새삼 느꼈죠.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들 수 있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어요. 이 계기로 ‘국악을 널리 알릴 AI 서비스’라는 새로운 꿈도 꾸게 됐죠.



개발자와 협업이 처음이었을 텐데, 어땠나요?

음악과 크게 관련 없는 분들과 함께 일해볼 수 있어서 좋기만 했어요. 지금까지 만난 개발 관련 직군은 미디어 아트나 키네틱 아트 쪽 사람들이어서 진짜 기술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협업하면서 앞으로 써먹을 만한 기술도 배웠어요. 서비스에 음악을 적용하는 문제가 잘 안 풀려서 온갖 방법을 다 시도했었거든요. 결국 이 시도들이 모두 다 러닝이 되었죠. 짧은 시간에 한 문제에 깊게 몰두하니까 평소라면 못 풀었을 문제도 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AI와 100인의 용사들’에 참가하기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전까지는 창작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해보고 싶어졌어요. 오디오 쪽의 자연어 처리와 관련된 서비스에 특히 관심이 생겼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국악 재즈 활동에도 접목해 볼 수 있겠다 싶었고요.



앞으로도 AI와 계속 함께하실 텐데요.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목표가 있다면?

AI가 없었다면 지금 하는 일들의 절반도 못했겠죠. AI가 시간을 굉장히 많이 절약해 줬어요. 제 꿈이 하루에 딱 4시간만 일하는 삶이거든요. 앞으로 AI와 함께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고요. 일하는 시간은 대폭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 하고 싶은 일, 그러니까 국악을 연주하고 여러 사람들과 국악이 주는 기쁨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스파르타코딩클럽의 슬로건은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입니다. 민아 님께 ‘큰일’이란?

음악으로 누군가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요. 20대 중반 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내 직업은 전쟁 터지면 제일 쓸모 없네’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이때 다짐했죠. ‘유용한 음악을 만들어보자’.


그 이후로 시각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했고 시를 활용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공연 등을 기획했어요. 국악에는 ‘한’ ‘흥’ ‘정’이 담겨있든요. 이 감정들이 누군가를 외롭지 않게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야 제가 외롭지 않을 것 같고요.


AI 국악인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별 것 없었던’ AI는 이제 세상의 판도를 쥐락펴락하는 기술이 됐고, ‘AI가 직업을~’, ‘AI가 인간을~’ 따위의 문장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시대가 변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우리의 속도는 관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여기 용기를 내 AI 시대를 마주한 사람들이 있다. 안락했던 관성을 뒤로하고 불확실한 AI 시대로 한 발짝 나섰다. AI 급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라는 확실한 무기도 장착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에 AI를 더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큰일’을 만들고 있다.
시대가 먼 발치로 앞서나간다고 느낄 때마다 괜스레 불안만 앞섰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10명의 이야기를 시리즈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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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정효재, 박영경 팀스파르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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