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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라이브러리

AI가 장애 학생의 ‘세상 연습장’이 되길

조회수 487·5분 분량
2024. 7. 2.
🤖시리즈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는 지난 6월 무박 2일로 진행된 AI 해커톤 ‘AI와 100인의 용사들’의 참가자 중 10명을 인터뷰해 꾸렸습니다.
AI특수교사


요즘 주향하 특수교사의 하루에는 이전보다 자주 문제가 생긴다. 원인은 AI. AI를 활용한 디지털 교구가 일부 학생에게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AI에서 나오는 소리에 한 장애 학생이 돌발행동을 보여 완전히 뒤집어진 적도 있어요. 자폐가 있는 학생이 태블릿에 너무 집착해 난리가 난 날도 있었고요. 이런 날들을 겪으면 다른 쌤들은 AI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치시기도 해요.”


그럼에도 주향하 특수교사는 AI를 믿는 쪽을 택했다. 특수학급의 오늘은 무탈하지 못할 지언정 장애 학생의 내일은 보다 무탈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보통 장애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세상에서 숨어버려요. 이런저런 자극과 충돌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근데 AI가 발전하는 걸 보니 장애 학생들의 연습장이 되어줄 수 있겠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학생들에게도 세상과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AI로 장애 학생들의 ‘세상 연습장’을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낸 주향하 특수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11년차 특수교사입니다. 고등학교에서만 11년을 근무했어요.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 학급에서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총 14명의 장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특수 학급에는 주로 어떤 학생들이 있나요.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학생들이 있습니다.



특수교사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특수학급에서는 국영수, 진로, 체육 이런 교과를 개별화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친구부터 초등학생 수준의 발달이 된 친구까지 장애 학생마다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수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AI 툴을 하나씩 써 보고 있는 중이에요. 얼마 전에는 AI 기술로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리나는 스케치북’ 어플로 수업을 해봤습니다. 그날따라 한 학생이 태블릿에 엄청 집착해 결국 엉망이 되긴 했지만요. 이것 말고도 AI 스피커와 대화를 해보거나 블록코딩, 드론 날리기, 로봇 조정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도 아직 낯선 기술인데 특수학급에서 AI를 활용한다니 조금 신기해요.

학교가 인공지능 중점 학교로 선정된 덕이 커요. 와이파이는 기본이고 AI 툴들을 써볼 수 있게끔 태블릿도 모두 지급됩니다.


특수교사 중에서도 제가 AI에 관심이 많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 연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기도에서 디지털 활용 쪽으로 관심있는 쌤들끼리 모여 서포터즈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장애 학생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 적응이기 때문에 현장 체험 학습을 굉장히 많이 다녀요. 지하철을 타보고, KFC 가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을 함께 연습합니다. 애들이 하나씩 해낼 때마다 뿌듯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연습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마음이 복잡해지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대부분 영원히 해볼 수 없는 것으로 남으니까요.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실사 같은 영상을 만든다니까, 그럼 장애 학생들이 세상을 연습해볼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바리스타로 일하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장애 학생이 가상 환경에서 커피를 내리고 손님과의 주문을 받아보는 거예요. 어떤 학생은 자신이 커피머신 소리에 크게 놀란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학생은 손님과의 대화가 별로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들을 연습하다 보면 장애 학생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AI를 좀 더 열심히 배워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AI와 100인의 용사들>를 신청하게 된 건가요?

지금 당장 능력은 없지만 언젠간 코딩을 하면 원하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습니다. 어려울 것 같아 계속 미뤄뒀는데, 우연히 들어가본 <AI와 100인의 용사> 행사 모집 페이지에 ‘AI에 관심있는 누구나’라고 적혀있기에 일단 지원을 하고 기다렸어요. 며칠 뒤 참가자로 선정됐다고 전화 왔을 때 “코딩에 대해선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데, 괜찮나요?”라고 몇 번을 확인했는지 몰라요. 계속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만 믿었습니다.



늘 미뤄뒀던 코딩, 실제로 해보니 어땠나요.

딱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이더라고요. 같은 팀에 개발자가 있어서 작은 역할만 맡긴 했지만, 그마저도 뿌듯하고 재밌었습니다. 로딩되는 시간 동안 보이는 ‘스피너’를 귀여운 고양이로 만들었는데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사실 하루만에 코딩 천재가 될 거라는 기대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딩만큼 신기했던 건 참가자 모두가 다른 직업을 가졌는데도 AI와 관련 있는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얼핏 보면 AI와 전혀 관련 없는 저까지도 이렇게 AI를 배우고 있으니까요. AI가 이렇게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AI100



AI 해커톤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했는데, 이 경험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당시 특수교육 쪽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새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자문단을 모집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하고는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좀 단념하고 있었죠.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감히 ‘자문’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AI와 100인 용사들>을 1박 2일 동안 하고 나니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행사 바로 다음 날, 덜컥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개발을 한 번 경험했다고 적어도 UX/UI가 뭔지는 이제 아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커톤 자체도 제 인생에서 없어야 마땅한 경험인데, 해커톤을 하고 나니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AI로 직접 서비스까지 만들어보고 이제 AI에 대해 그래도 꽤 알게 됐는데, 특수교육에 쓸 만한 기술인 것 같나요.

이전보다 완전, 완전히 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 말했던 현장체험, 직업체험 외에도 특수교육에 활용할 여지가 많아 보였어요. 예를 들면 학생 DB 같은 것들이요. 특수 교육에서 학생별로 미리 위험 요소를 파악해두면 돌발 상황을 막거나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유가 필수적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죠. 기록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이 기록 마저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 우편으로 송부해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죠.


AI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나니 이걸 통합하는 플랫폼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의 생활을 아주 세밀하게 기록해 이 학생이 어떤 상황에서 돌발행동을 하는지 분석해내는 서비스도 떠올랐습니다.



10년이 넘게 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면, 가끔은 이 일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아요.

아직 특수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엔 민망한 연차지만, 그래도 10년이 넘게 일하며 깨달은 건 특수교사가 뭐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난 사회에서 장애 학생을 마주할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 학생들을 사회에 가시화하는 것. 그게 제 일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현장 체험 학습 나가서 지역사회에 장애 학생들의 존재를 알리고, 고등학교 이후에도 학생들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하는 데 이 일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쓰려고 하는 것도 이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파르타코딩클럽의 슬로건은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입니다. 향하 님에게 ‘큰일’이란?

‘무탈한 하루’요.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무난한 한 학기’인 것 같습니다. 내일도 AI 프로그램이 있는데 감각이 유독 예민한 한 학생이 부디 소리나 영상에 놀라지 않고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AI특수교사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별 것 없었던’ AI는 이제 세상의 판도를 쥐락펴락하는 기술이 됐고, ‘AI가 직업을~’, ‘AI가 인간을~’ 따위의 문장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시대가 변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우리의 속도는 관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여기 용기를 내 AI 시대를 마주한 사람들이 있다. 안락했던 관성을 뒤로하고 불확실한 AI 시대로 한 발짝 나섰다. AI 급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라는 확실한 무기도 장착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에 AI를 더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큰일’을 만들고 있다.
시대가 먼 발치로 앞서나간다고 느낄 때마다 괜스레 불안만 앞섰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10명의 이야기를 시리즈 <AI 시대를 마주할 용기>로 만나보자.




글 | 박영경 팀스파르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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